종교는 개인의 양심과 영혼의 문제입니다. 신앙은 고결한 가르침과 도덕적 지향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양심으로 자리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신앙의 이름이 정치의 전쟁터에서 무기로 사용될 때, 우리는 반드시 묻고 또 따져야 합니다.
최근 폴란드에서 벌어진 가톨릭 고위 성직자의 정치 개입 사례는 단순한 ‘정치적 의견 개진’의 선을 넘었습니다. 낙태법 강행, 성소수자 탄압, 그리고 심지어 성학대 은폐 의혹이 제기된 성인 교황의 ‘신성불가침화’에 이르기까지—그 모든 행보의 이면에는 정치 권력과의 이익 공유, 여당과의 이념적 유착이 짙게 깔려 있었습니다.
“무지개는 역병이다.”
“성인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
이런 말이 신앙의 이름으로 외쳐졌습니다. 그 말은 누군가의 삶을 부정하고, 누군가의 고통을 외면하며, 누군가의 침묵을 강요했습니다. 그 피해자들은 침묵 속에서 버려졌고, 그 목소리를 들으려는 시도는 ‘정치적 공격’으로 몰렸습니다.
정말 이것이 교회가 해야 할 일입니까?
가톨릭은 오랫동안 권위와 신뢰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을 잃고, 특정 정당의 이해에 봉사하는 순간—그 권위는 추락하고, 신뢰는 무너집니다. 신앙의 이름으로 진실을 외면하고, 정의를 덮으려 하는 것은 교회의 자살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정치 개입의 대가는 신자들의 ‘이탈’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천 명의 젊은이들이 더 이상 미사에 가지 않습니다. 세례 등록을 삭제하고,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다. 교회가 정치적 무대에 오를수록, 신자들은 조용히 제단을 떠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신앙의 길입니까, 권력의 길입니까?”
오늘날의 교회가 진정으로 지켜야 할 것은 권력을 지탱하는 정당이 아니라, 힘없는 사람들의 고백과, 피해자들의 절규, 그리고 정의를 향한 불편한 진실입니다. 종교가 정치의 하수인이 되면, 신성은 이념에 오염되고, 성직은 정치적 선동으로 전락합니다.